하지만 더이상 바보가 아니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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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는 이제껏 딱히 큰 고민이랄 것을 한 적이 없었다. 아마 그의 인생중 가장 큰 고민은 기숙사 배정 모자가 너는 어느 기숙사에 가고싶냐고 넌지시 물어보았을 때였을 것이다. 조슈아는 딱히 인생에 역경이랄것이 없었고, 무난하게 초등교육과정을 마친 후에는 심지어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마냥 자신이 마법사임을 알게 되어 마법학교인 호그와트에 다니게 되었다. 그 속에서 조슈아는 이상한 나라에 떨어져 친구를 사귀며 앞으로 나아가는 꼬마 생쥐기사의 동화내용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다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과 그를 언제나 사랑으로 감싸주시는 부모님, 그리고 흠잡을곳 없는 가정환경 그 모든것이 그러한 것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주위또한 그를 감싸주었고, 대인관계는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하는 옛 말이 있듯 언제나 웃으며 다니는 그모습에 그다지 그를 싫어하는 이도 없었다. 한 두 명을 제외하고는. 

 

그러나 그렇게 안온한 보호의 품 속에서 걱정없이 살 수 있는 것은 영원하지 않다. 

조슈아는 이상한 나라에서 결국 5년을 지내며 그들의 일원이 되는 듯 하였다. 하지만 동화는 가장 행복한 순간에 결말이 나 오래 오래 잘 살았습니다가 되지만, 인생은? 

 

조슈아는 아직 많은 날이 남은 소년이었다. 지금 이순간이 완벽하다 하여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결말을 지을 수 없는, 살아있는 아이였다. 

그 자신도 알고 있었을 지는 모르겠지만 조슈아는 방학때면 조금 우울해지곤 했다. 부모님은 그를 이해하여 조금 더 새로운 바람을 맞아보자며 여행을 가기를 권하였고, 조슈아의 방학은 그렇게 매번 가족여행으로 채워져갔다.

하지만 외면과 도피는 기한이 있는 법. 점점 방학마다 연락을 할 친구들은 줄어들어갔다. 남은 친구들은 이튼을 간다더니 도대체 어느 학교를 간 것이냐고 묻기 시작했다. 더이상 어떻게 잘 얼버무릴 수 있는 때는 아니었다.

 

조슈아는 생각했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 어떤 사람인가.

나의 부모님은 두분 다 마법을 쓰시는 마법사가 아니고, 나는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이다. 나는 마법사들이 칭하는 머글의 기초교육을 나왔으나 중등교육은 결국 호그와트로 진학해 버렸다. 나는 친구들에게 저 멀리의 외국에 있는 학교에 한번 다녀보고 싶어 그곳으로 진학하였다고 둘러대었다. 호그와트를 다닌다고는 그들에게 절대로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나는... 친구들에게 계속 거짓말을 하고있다.

어렴풋이 고민해봐도 그다지 긍정적인 것은 떠오르지 않았다. 언제나 거짓말을 하면 어버버거리며 더듬고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 탄로가 나고말던 조슈아는 어디로 갔을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친구들에게 능숙한 거짓말을 하는 소년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소년은 이제 호그와트를 진학한 것에 대한 무게를 알 나이가 되었다. SNS속의 그의 친구들은 모두 A level 을 준비하고 있거나, 혹은 중등교육과정을 마친 이후였다. 시간은 돌이킬 수 없이 흘러버린 이후였다. 매번 돌아올 수 있는 캠핑을 떠나는 것 마냥 학기마다 호그와트에 갔지만, 이제는 조금 망설임이 담기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조슈아는 언제나, 모험을 가는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이 소위 머글의 세상에서 자신이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호그와트로 인해 일어난 학력단절은 그에게 결국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고야 말았다. 돌아가기 힘들다. 그 사실을 알게되는 순간 자신의 선택의 무게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왜 자신이 호그와트에 가겠다는 것을 부모님이 탐탁치 않아하였고, 또 말리고자 하셨는지. 아마 부모님은 이러한 상황까지 미리 알 수 있었던 탓이었으리라. 영국의 중산층, 그중에서도 그가 지금 살고 있는 이정도를 유지하는 것만 하여도 꽤 많은 노력과,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필요로 된다는 것을 서서히 알게되었다. 아마 다시 돌아온다 하여도 그 공백을 뒷수습하기란 무척이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 것이다.

조슈아의 부모님은 현실을 알아가는 자신의 아이를 위로하였다. 때로는 매번 사고를 치는 조슈아가 조금 철이들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을지 몰라도, 자신의 아이가 천진난만한 아이의 세상에서 꺼내지는 모습이 안타깝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언제나 그저 제 품안에 넣어놓고 싶은 사랑스러운 아이었다.

조슈아와 그의 부모님은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껏 외면하고, 숨기고, 알리지 않은 서로의 말들이 오갔다. 그들은 자신의 아이에게 이 세상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일과 돌이킬 수 있는 일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너의 것은 어떻게든 되돌릴 수 있는 것이라며, 좀더 깊이 생각해보고 안되겠다 싶다면 그때 노력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남은 3여년, 호그와트를 다니는 기간 동안 충분히 생각해보며 졸업을 할 때에 결정을 내리자며 독려해주었다.

 

소년은, 그러한 사랑 아래에서 자신의 어깨에 올라간 무게를 느끼면서도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었다.


WRITTEN BY
serel
@saiker0_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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